휴일 중간 정산 | Jinseok Ryu, PhD

휴일 중간 정산

Christmas tree at Paddington Station.
Christmas tree at Paddington Station.
다시 만난 우리의 차
다시 만난 우리의 차
지도 업데이트 중
지도 업데이트 중

드디어 차를 다시 집으로 가져왔다. 곧 끝날 것 같더라니 아니나 다를까 월요일에 보험사에서 정산 다 했다고 차를 가져가라고 재규어에서 연락을 받았다. 이 박사는 재택 근무를 해야 했던 날이라 나 혼자 부지런히 움직여 차를 가져왔다. 우선 현재 쓰고 있던 렌트카를 반납해야 했고, 차를 가지러 런던까지 가야 했다. 렌트카를 반납하기 전에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채우고, 내비게이션 어플에 렌트카 회사명을 검색한 뒤 그곳으로 갔는데, 아니 전에 차를 받았던 곳이 아니었다… 도착 시간이 비슷해서 별 의심을 안 한 게 화근이었는데, 다행히 같은 회사이긴 해서 반납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걸어가기에는 레딩역까지 너무 멀다는 것. 다행히 가까운 곳에 다른 역 (Reading West Station) 이 있었고, 거기서 기차를 타고 한 정거장 다음인 레딩역에서 런던 가는 기차로 다시 갈아탔다 (런던 가는 직행편이 없나보다). 패딩턴역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훨씬 많을 줄 알았는데, 큰 크리스마스 트리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간단히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사서 점심을 때우고, 이제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더 가야 했다. 어쩌다보니 (하… 사실은 별일이 많았다) 우리 차는 레딩이 아닌 런던 북서지부에 수리를 받게 되어서 이런 긴 여정을 떠나게 되었다. 비슷한 풍경이 계속 이어지는 도로를 지나 도착한 곳에서 다른 수많은 재규어 혹은 랜드로버 차들 사이에 있는 우리의 차를 발견하니 반갑고 좀 짠해 보였다 (차가 예쁘긴 해). 차를 가지러 왔다고 접수대에 얘기하고 잠시 기다린 뒤 다른 직원이 와서 차키를 건네주었다. 실로 오랜만에 차에 올라탔는데, 전부 어색했다. 그도 그럴 게 차를 사고 타고 다녔던 기간보다 고장 난 뒤로 운행을 못했던 기간이 더 길었다… 어쨌든 차를 다시 작동해보니 그동안 쌓였던 분노가 조금 사그라지고 차는 죄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차는 죄가 없어. 런던의 복잡한 도로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거의 4 시간만에 귀가. 도착하기 전에 이 박사에게 연락해 전에 모아놨던 고양이들이 사용 모래와 털을 주차장으로 가지고 와달라고 했다. 고사를 지내듯이 주차 자리 주변에 모래와 털을 뿌리고 주차를 했다 (우리가 부동산에 주차장에서 쥐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얘기를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건물관리업체에서 최근 주차장 청소를 대대적으로 했고, 쥐덫 또한 곳곳에 설치를 해뒀다… 진작에 좀 하든가 - 어쨌든 우리는 이사 갈 거야). 그리고 며칠 뒤 지난 여름에 100 파운드 넘게 주고 3년 구독한 내비게이션 지도를 업데이트 했고 (휴대폰 내비게이션을 써도 되긴 하는데… 차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구독을 결정했다), 그동안 미뤄놨던 에어컨 필터도 교체했다. 자동차 보험이 끝날 때쯤 차를 바꿀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별일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크리스마스 가족 사진
크리스마스 가족 사진
고양이들의 크리스마스
고양이들의 크리스마스
자타공인 레딩 명물
자타공인 레딩 명물

연휴 동안 백화점에 가서 우리를 위한 선물로 괜찮은 옷들을 샀고, 이브에는 괜찮은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 자체는 괜찮았는데, 여전히 서비스가 문제지. 근본도 없는 팁 (service charge) 을 받고 싶으면, 좀 잘하란 말이야 (종업원의 응대도 좀 쎄했고, 결정적인 실수도 해서 service charge 는 빼달라고 했다). 최저 임금을 보장 받는 나라에서 왜 이런 변종 팁 문화가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 영국 사람들도 불만이 많은 것 같더만. 아무튼 모든 게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따뜻하게 잘 보냈다. 이 박사와 크리스마스 카드도 주고 받고, 고양이들과 기념 사진도 같이 찍었다. 특별하게 하는 것 없이 이 박사와 나는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또 자고 영화 보고 게임 하고 또 자고 먹고 그렇게 보냈다. 나는 너무 좋아, 이렇게 오랜만에 아무 생각 안 하고 푹 자고 푹 쉬고 몇날며칠을 보내는 거. 이제는 새해 맞이에 더 가까워졌는데, 일을 조금 해보려고 한다. 이제 푹 쉴 만큼 쉰 것 같아서 목표했던 것들을 시작만이라도 해놓으면 이래저래 좋지 않겠어? 이 박사가 김밥 해준다고 오늘 시금치를 사왔으니 내일은 오랜만에 김밥 먹는 날. 떡볶이도 해서 같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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