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휴일 시작
사실 영국에서 일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공휴일이 좀 적다는 것..? 그래도 기본적으로 보장되는 연차가 조금 더 여유도 있고 유연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공휴일이 절대적으로 적은 느낌이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크리스마스 휴일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휴일만 바라보며 하반기를 버티다가 12월 하순의 시작부터 새해 첫주까지 푹 쉬는 것 같다. 내 직장은 크리스마스 휴일 (당일 그리고 다음날인 Boxing day) 을 포함해서 중간중간 징검다리 평일을 아예 회사 공휴일로 지정했고, 이 박사 직장은 그런 게 따로 있지는 않고 개인 휴가를 쓰든 어쩌든 결국엔 다 쉬는 분위기인 것 같다. 확실히 한국에 비해서 크리스마스를 대하는 자세들이 다르다. 이런 게 진정한 크리스마스 문화구나 싶을 정도로 거리 풍경은 물론 모든 곳들이 크리스마스다. 한국은 어쩔 수 없이 이 문화의 피상적인 부분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주로 연인들과 아이들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문화가 형성되었지만, 여기서는 가족 중심적인 형태의 문화가 기본으로 생각된다. 일년 중 가장 중요한 명절에 가까운 느낌이다.
이렇게 거의 모든 곳이 휴일 분위기로 행복과 기쁨이 넘쳐나지만,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조금 냉혹하다. 차는 아직도 돌려받지 못했고 (거의 끝이 보이기는 한다, 비록 이미 100일이이 넘었지만), 요새 이사를 가려고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쉽지 않다. 지금 지내는 곳은 집도 제대로 못 보고 한국에서 구했고,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커서 이사를 결정했다 (월세를 동결해도 계속 있을까 말까인데 연장하려면 100 파운드를 더 내라고?). 현대적인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한 지 한국보다는 훨씬 오래되었지만, 반려동물을 허용하는 집을 찾기가 한국만큼 어렵다. 빌라나 아파트와 같은 주거 형태에서 집주인이 반려동물을 허용하지 않는 건 국가나 문화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가보다. 그리고 아무리 휴일 앞두고 있어서 일하는 사람도 적고, 일을 하기 싫을 수도 있다지만 지금까지 벌써 집 보러 가기로 한 약속을 두 번이나 부동산에서 지키지 않았다. 자동차 문제에서도 그렇고 영국의 서비스 산업의 질적 수준이 너무 낮은 건지 내 기준이 높은 건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약속을 어긴다거나 거짓말을 한다거나 정보의 불균형이 크다는 건 나의 개인적인 기준과 상관없이 근본부터 잘못된 게 아닌가? 나는 현재 직장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그 외의 생활 곳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불편함들과 불합리함들이 스러져가는 영국, 혹은 유럽, 아니 전세계적으로 무너지는 도덕성과 양심을 보여주는 건 아닌가 하는 슬픈 생각이 든다. 그러나 분명한 생각은 일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게 팽배한 나라라면, 그 나라는 앞으로 발전할 수 없다. 그리고 이미 이런 생각이 증명되고 있는 과정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
다시 휴일 얘기로 돌아와서 이번 휴일 동안 이 박사와 나, 우리를 위한 선물을 좀 사고 (우리도 좀 보상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 한 번은 괜찮은 데서 비싼 식사를 하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고, 바라건대 차를 돌려받고, 운이 좋으면 집도 계약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고양이들도 우리들의 사랑 듬뿍 받고 따뜻하게 휴일을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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