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차 사용 [First use of annual leave]

영국에서 일을 시작한 지 (벌써) 6개월이 넘었다 - 이런 말을 되도록 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게 되네. 수습 기간도 이 달 초로 끝났고 (나는 6개월이었는데, 이 박사네는 1년이라 하더라), 여름을 지나 지금은 우중충한 가을이 되었다. 여기 여름도 사실 한국의 5월말 날씨 정도밖에 안 됐고, 그마저도 9월 들어서자마자 한국의 10월 중하순 기온이 된 것 같다. 하늘은 구름 없는 높은 하늘이다가도 최근에는 계속 흐리고 비가 많이 오고 있다. 이제 내년 여름까지 우중충한 날씨가 지속될 거라고 생각하니 좀 안타깝네.
지난 주말부터 나는 쭈욱 집에서 쉬고 있다 (이 박사가 요즘 이런 걸 Staycation 라고 한다더라). 6개월 넘게 개인 휴가를 쓴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최근 들어는 여러 일들로 인해 좀 지쳤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냥 뇌를 비우고 쉬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휴가를 쓰고 그냥 집에서 쉬고 있다 (이 박사는 재택 중이라 상대적으로 휴가 중이라는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열심히 일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쓰기도 한다.
대학원 생활 동안 딱히 휴가를 사용한다거나 휴식을 취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정신적인 피로에 대한 내성이 강한 편이라 쉼에 대한 필요성이나 그 가치에 대해 잊고 지낸 것 같다. 지금까지도 개인적인 휴가를 사용한다는 것은 무언가 특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이게 바로 나를 괴롭히는 편견 중에 하나가 아닐지 생각해본다. 내게 필요한 쉼의 방식이 특별할 필요도 없고, 특별하다 아니다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데, 그동안 개인의 휴식이라는 것에 너무 야박했던 것 같다.
아무튼 놀고 먹으니까 참 좋다. 쉬어서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뜩 든다. 이게 쉬어서 나의 무언가가 회복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쉬고 있으니까 쉼과 직장을 제외한 나머지 일들에 대한 생각이 커지는 것 같아서일 수도…? (진정한 쉼이란 없나보다). 이래나 저래나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내게 준다는 것, 나 자신과 내 주변을 돌아볼 시간을 가진다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 - 좋다, 좋아…
이번에는 순전히 나만 쉬었는데, 언젠가는 이 박사와 같이 이러 저러한 걱정없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 올까.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걸까. 물론 나는 지금 당장 쉬어서 좋긴 해! 이 박사한테 이제 장보러 가자고 해야겠다. 다녀오는 길에 제발 비가 안 오길.
It has been over six months since I started working in the UK—time really flies. My probation period ended earlier this month (mine was six months, while Dr. Lee’s is a year). We’ve moved from summer to the gloomy autumn. Summer here felt like late May in Korea, and by September, the temperatures were already akin to mid-to-late October in Korea. The sky can be clear and high, but lately, it’s been persistently cloudy and rainy. Thinking that this dreary weather will continue until next summer is a bit disheartening.
Since last weekend, I’ve been relaxing at home (Dr. Lee recently mentioned this is called a “staycation”). I hadn’t taken any personal leave in over six months, and recently, I felt quite exhausted due to various things, so I just wanted to clear my mind and rest. So, I took some leave and have been resting at home (Dr Lee works from home, so I’m trying to motivate her to work harder so that I can feel relatively superior during my holidays.). Hence, I’m writing after a long break.
During my graduate school years, the concept of taking leave or resting didn’t really exist. Because I have a strong mental endurance against fatigue, I seem to have forgotten the need for rest and its value. Even now, the thought of taking personal leave makes me feel it needs to be for something special, which I realise might be one of the biases that has been troubling me. The way I need to rest doesn’t have to be special, and I don’t need to think about whether it is special or not. I think I have been too harsh on the idea of personal rest.
Anyway, it’s great to relax and enjoy some downtime. While it’s nice to rest, part of me suddenly wants to work. This could be because something inside me has recovered from resting, or perhaps relaxing makes me think more about other things besides rest and work…? (Is there no such thing as true rest?). Either way, giving myself time to think about different things and reflecting on myself and my surroundings is surely a good thing—it’s great, really…
This time, only I took a break, but I wonder if there will be a day when Dr. Lee and I can spend leisurely time together without any worries. Or should I cherish this moment now? Of course, I’m enjoying my rest right now! I should tell Dr. Lee that it’s time to go grocery shopping. Hopefully, it won’t rain on our way back.

(The English part was translated by Microsoft Copilot, followed by a little editing by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