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이방인의 퇴근길 [Stranger's way home]

Click or touch to translate to English with Google translate (but, not perfectly!)

0010 0010 0010 0010

어제 오늘 날씨가 엄청 좋다. 그렇다는 건 곧 비가 올 때가 되었다는 거겠지. 오늘은 무슨 일인지 우리 팀 사람들이 거의 출근을 안 했다. 그마저도 한 사람은 실험 때문에 내내 다른 곳에 있었고, 우리 팀에서는 나 혼자서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혼자 있었다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팀 사람들은 조금씩 다 흩어져 있거든). 그러다 점심 시간이 되어서 그냥 혼자 가져온 도시락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 처음으로 밖에서 먹었다 (혼자 앉아서). 점심은 어제 이 박사가 만들어준 치즈오븐스파게티 남은 것. 생각해보니 처음으로 직장에서 혼자 점심을 먹은 것 같다. 날이 좋아져서 그런지 밖에서 점심 먹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고, 내 사무실이 있는 건물을 바라보고 앉아 광합성을 하며 흡입을 했다. 그러다 어디선가 들리는 Eagles 의 Hotel California. 여기는 아무나 못 들어오는 곳이니까… 아마도 직장 내 동호회 같은 건가보다 싶었다 (여러 종류의 모임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기 때문에). 햇살, 맛있는 스파게티, 프로의 그것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노래, 그리고 혼자 - 갈증의 끝에서 물을 마시듯 그렇게 누렸다, 그래 봐야 10 ~ 20분 사이긴 하지만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직장에서 명시한 점심 시간은 30분이다).
        썸머 타임 (Summer Time) 과 상대적으로 높은 위도 탓에 해가 굉장히 길다. 어제는 저녁 9시에도 밖이 밝던데. 오늘은 이 박사가 강연을 들으러 저녁에 옥스포드에 간다고 해서 평소보다 일찍 나왔더니 완전 한낮이다 (그래도 5시 넘은 시간). 버스에서 이런 저런 한국 기사 같은 것을 보며 문뜩 내가 영국 사회 전반에 대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는 게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몸소 체득하는 것들 제외하고). 이방인의 좋은 점이 한국의 일들은 강 건너 불구경이고, 영국일은 또 완전 남일처럼 느껴지니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분노, 권태 혹은 실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덜 드는 것 같다. 뭔가 오롯이 나와 이 박사, 그리고 고양이들만 챙기고, 그것들만 생각하면 걱정할 게 없는 것 같은 느낌. 그래도 여기서 한국 기사를 챙겨보듯이 영국 기사들도 조금씩 챙겨보고자 생각한다. 그것이 여기에 ‘산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어서.

0010 0010 0010 0010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Trending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