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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Uncertain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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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간 동안 영국의 매운맛을 좀 봤달까. 우선 지난 토요일에 Reading 에 있는 유일한 한인마트를 가고자 했다. 구글맵에서 분명히 운영중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접이식 카트를 들고 다 쓸어버리겠다는 각오로 40분 가까이 걸어서 갔는데… 일단 그 마트는 신기하게 Reading University (레딩 대학교) 안에 있었는데, 일단 그 근처를 갔을 때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거의 없었거든. 아니나 다를까 그 안에 모든 가게란 가게는 다 닫혀있었다. 아직 정확한 상황은 이해를 못하긴 했는데, 일단 학교는 부활절 휴일이 훨씬 길다는 것 같다. 오늘 Imperial College (임페리얼 컬리지) 에 프로젝트 미팅에 참석해야 해서 갔는데, 아직까지 부활절 휴일이란다 (역시 대학교가 좋네). 그런 이유로 구글맵에도 업데이트가 안 됐고… 마침 내가 번뜩 생각나서 이 박사를 끌고 나온 거지. 오래 걸어서 힘들어하는 이 박사에게 면목이 없었지만, 일단 나왔으니 이 박사 구글맵 저장 장소 중 하나였던 근처 중국요리점에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다. 이른 저녁이라 그런지 우리 외에 한 테이블밖에 손님이 없었고, 가게 주인 아들로 보이는 꼬마 두 녀석이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다. 메뉴 주문을 받으러 온 점원은 우리를 중국인이라고 생각을 했는지 대뜸 중국어로만 얘기를 했고, 아마도 중국어만 할 줄 알았던 것 같다. 자기 예상과 달리 소통이 안 되니 가게 주인을 호출했다. 가게는 중국인 여자와 영국인 남자 부부가 운영하는 것으로 생각되었고, 어쨌든 우리는 마파두부와 칠리탕수육 같은 걸 시켰다. 특히 여주인은 남다른 기운을 풍기긴 했는데, 계산할 때 이 박사가 결제한다고 하니까 왜 내가 안 내냐고 농담 같은 농담 아닌 핀잔을 주었다 (나는 내 아내라고 항변했지만, 다시 돌아오는 건 그렇기 때문에 네가 내야 한다는 말이었다, 허허). 어쨌든 음식 맛은 괜찮았다. 언제나 여기서는 그렇듯 비싼 것만 빼면 (이제는 사실 뭐가 비싸고 뭐가 싼 건지 잘 모르겠다). 마파두부는 마라가 짙어서 한국에서 먹던 맛이랑은 많이 달랐지만, 탕수육은 거의 비슷한 맛이었다. 그 뒤로 또 한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마도 이 박사는 다시는 그 한인마트를 가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 차 사면 그래도 한 번은 다시 도전해보고 싶긴 한데.
        또한 지난주부터 이번주 초까지 철도 파업이 있었는데, 나도 그렇고 이 박사도 그렇고 한 번씩 호되게 당했다. 나의 경우에는 예정된 기차 시간이 계속 지연되어서 고생했고, 이 박사의 경우에는 아침에 역에 갔더니 하필 파업 수준이 가장 심할 때, 원래 타던 기차가 하나도 운행하지 않을 때여서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경로를 타느라 하루 출근에 왕복 10만원을 쓰게 되었다 (근데 원래부터 런던 오가는 건 비싸긴 하다, 그런데 거기다 특히 더 비싸게 출퇴근 한 거지). 내 기차가 지연된 주요 이유는 고장난 기차가 있었다는 건데, 나는 그걸 철석같이 믿었는데, 나중에 직장 동료가 말하길 그 고장도 파업의 일부일 수 있다고 한다… 좀 충격 (내가 너무 순진했다). 차를 얼른 사든가 해야지 진짜, 어휴 (그런데 운전 연습은 언제 하지? 차를 사도 그걸 운전해서 당장은 집까지 못 돌아올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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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프로젝트 미팅에 참가하기 위해 Imperial College 로 출장을 갔다. 그런데 마침 날씨가 너무 좋은 게 아닌가. London Paddington Station (패딩턴 역) 에서 나와 Hyde Park (하이드 공원) 를 가로질러 임페리얼까지 갔는데, 관광을 다닌 느낌이었다. 해가 귀한 영국이라 그런지, 아니면 런던 중심지라 관광객도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금요일이라 그런지 아무튼 사람들이 많았다. 신선한 인간을 본 좀비들이 떼로 나오듯 영국 사람들이 햇빛을 쫓아 밖으로 쏟아져 나온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난 번에 런던 방문은 중고차 매장 방문이 주목적이었던지라 사실 별 감흥이 없었는데, 오늘은 런던이란 도시의 괜찮은 단편을 본 것 같다 (그런데 또 날씨 흐리고 안 좋았으면 별 생각 없었을 수도). 런던 오가는 게 좀 비싸긴 한데 그래도 여기 있는 동안 꽤 다니지 않을까. 날씨가 좋을 때 이 박사 직장도 좀 구경 가고, 일단 당장 다음주에 이 박사가 머리 하러 런던에 있는 한인 미용실을 가니까 또. 이 박사 머리 할 동안 나는 주변 구경 좀 다녀야지. 아닌가, 이 박사가 나 영국에서 처음 머리 깎을 때 어린 아들 데리고 이발관 처음 데리고 간 엄마처럼 옆에서 지켜봐줬는데, 나도 그렇게 해야 하나 (근데 나는 도움이 하나도 안 될 텐데?). 일단 그건 닥치면 생각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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