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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초보 운전 [Driving in the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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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차를 마련했다. 인생 성공했다, 이렇게 좋은 차를, 그것도 영국까지 와서.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외제차가 아닐까 (근데 영국에서 영국 차를 산 거니까…) 20년식 중고차이긴 하지만 고급차에 속한 모델이라 성능이나 기능면에서는 뭐 하나 부족한 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전기차여서 특정한 세금 (Road tax) 을 안 내는데 대신 고급차세를 내야 한단다… (중고차 매장 직원의 말로는 Luxury car tax). 그리고 이번에 차를 장만하면서 이 박사랑 내가 너무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덤볐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게, 자동차 보험을 구하는 데 좀 고생을 했다. 고급차 + 외국인 + 국제면허라는 최악의 조합으로 시간을 벌기 위한 단기 보험은 구할 수도 없고, 일반 1년 보험비가 수백만원이라니. 물론 주변 여러 사람의 말로는 무사고로 1년 잘 지내면 다음해 보험비가 일반적인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때는 영국면허증도 생길 거고 (근데 영국 면허증으로 교환하는 절차도 참… 여러모로 한국의 행정 일처리가 너무나도 그립다).
        (내가 생각했던) 예산을 많이 초과하긴 했지만 어쨌든 영국에서 운전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다 채우고, 차를 가지러 런던으로 갔다. 그리고 용감하게 이 박사가 런던에서부터 레딩에 있는 코스트코까지 운전을 했다. 내가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한국에서 처음 운전을 시작했을 때보다 더 긴장했던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내비게이션, 시야, 운전 방향, 좁은 도로, 넓은 차폭, 로터리 (영국에서는 Roundabout 이라는 단어가 더 보편적). 나도 그렇고 이 박사도 희한하게 도로 왼쪽으로 자꾸 슬금슬금 붙게 되더라. 나는 그 날 코스트코부터 집까지 운전을 했는데, 조수석에 있을 때는 서로 왼쪽에 붙지 말라고 경고를 계속 했다. 그래도 그 날 차 없이 코스트코 다녔던 설움을 해소하니 잘 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액체류를 맘껏 못 샀던 설움을 아는가). 그리고 다음날 일요일 운전 연습을 위해 집 근처 공원이라고 불러야 할지 뭐라고 불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같은 팀의 레딩 사는 박사님이 알려주신 Bugs Bottom 이라는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차를 가지고 갔다. 거길 가면서 내가 저지른 실수는 로터리를 돌다가 멈췄고, 우회전 뒤에 오른쪽 도로로 들어섰다! 둘 다 정말 큰 실수였는데… 허허. 그리고 막상 도착해서는 사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달라서 금방 돌아왔다 (산책하는 강아지들 많다고 했었는데… 한 마리도 못 봤어). 그보다 이 박사한테 티가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익숙하지 운전 때문에 혼이 나가 있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했고, 조심히 집까지 다시 돌아갈 걱정만 하고 있었달까.
        아무튼 그리고 일주일을 차를 끌고 출퇴근 했다. 5일 중 하루는 재택 근무를 했기 때문에 4일 왔다갔다. 집에서는 충전을 못하기 때문에 직장에서 주로 충전을 해야 한다. 교통비가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출퇴근 하는 것보다는 싸긴 한데, 생각보다는 훨씬 아끼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좀 혼란스럽다. 무조건 집에서 충전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교통비를 훨씬 아낄 수 있는 것 같다 - 다음에 살 곳을 찾을 때는 이 부분도 고려하는 게 좋을 듯. 출퇴근은 크게 두 경로가 있는데, 하나는 비교적 짧은데 도로가 좁고, 하나는 거리가 먼데 대부분이 고속도로 (Motorway) 라 도로가 넓고 시원시원하다. 그리고 심지어 주행거리가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걸리는 시간도 훨씬 적어서 결국 후자로 선택했다 (좁은 도로 진짜 너무 무서워). 아무튼 걱정한 것보다는 빨리 적응하고 있는데 아직도 어렵긴 하다. 한국에서 처음 운전 시작했을 때가 많이 생각난달까. 보험비가 비싸긴 하지만 부디 보험 처리를 할 일이 없기를. 차가 아프지 않기를. 언제나 정신 차리고 안전 운전, 방어 운전. 마지막으로 짧은 날씨 소식 - 여름이 드디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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