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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의 첫 주 [First week of a newb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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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월요일 첫 출근을 시작으로 오늘은 3월 8일 금요일. 실로 오랜만에 월화수목금 출근이란 걸 해봤달까. 사실 새로운 걸 알아가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건 생각보다 괜찮은데 내 영어가 영 괜찮지 않다. 그들의 소통을 만약 수치화해서 그것을 100이라고 했을 때 내가 듣고 이해하는 건 그 중에서 30 정도..? 말하는 건 양적인 측면에서나 질적인 측면에서나 10도 안 되는 것 같다. 그게 좀 자괴감이 들기는 하지만 뭐 어쩌겠어. 버티고 지내다보면 그 시끄러운 식당에서도 뭐라고 하는지 들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할 뿐이다 (정말 그렇게 될까?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안 가네). 그리고 내가 잘 못 알아먹거나 엉뚱하게 혹은 띄엄띄엄 답답하게 영어로 얘기해도 인내하며 들어주고 성심성의껏 대답해주는 사람들을 보다 보니 내 스스로가 좀 뻔뻔해지는 느낌도 든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일단 얘기해야 하니 입밖으로 뭐라도 내보낸다, 그러니까 알아서 잘 들어, 그런데 늬들 얘기는 내가 잘 못 들을 확률이 커’ 약간 이런 느낌? (허… DeepL을 내 머릿속에 박아넣고 싶다). 사실 언어 문제 빼고는, 아니 그것과 출퇴근만 빼고…, 아니야, 거기에 도무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는 프로젝트 빼고는 새 직장은 꽤나 마음에 든다. 사람들은 꽤나 친절하고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며 대학교 연구 시스템에 비하면 훨씬 견고한 조직력과 시스템 아래서 본인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달까. 어떻게 보면 딱딱하고 고리타분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대학교에서만 연구를 했던 나에게 지금까지는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측면으로는 연구소보다 기업에 더 가까운 느낌.
        아직까지 날씨는 체감상 60%는 흐리고 25%는 맑고 나머지는 비가 오는 그런 느낌. 언제쯤 돼야 좀 따뜻해지는 걸까. 탁 트인 곳이다보니 해질녘 노을이 참 멋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늘이 훨씬 더 높아보이는 느낌. 이래저래 어쨌든 하루 버티고 퇴근해서 나와 저 멀리 노을이 보이면 조금 위안이 되었달까. 그런데 어제 그러고 버스 잘못 타서 한참 돌아갔지… 그나마 목요일이라 좀 덤덤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 (뜻밖의 Newburry 여행). 버스 안에서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그래도 천만 다행이지, 적당한 기차편이 있었어서. 5일 출퇴근 하는 데 17 * 5 + 8.2 (버스 잘못 탄 값) = 93.2 £가 들었다. 실로 어마무시하다 (성남 사는 사람이 아침에 수서역 가서 SRT 타고 천안 출퇴근 하면 일주일에 이만큼 나올까?). 같은 팀의 박사님이 나와 같은 도시에 산다는 걸 알고 바로 아침마다 태워다 줄 수 있다고 같이 타고 가겠냐고 제안을 해줬다. 어쩜 이렇게 친절할 수가! 제안은 굉장히 고마웠지만 바로 선뜻 승낙하기에는 내가 이래저래 알아볼 시간이 부족했다. 박사님이 편하신 곳으로 내가 시간 맞춰가야 하는데 어디서 만나는 게 가장 좋을지, 그리고 그런 곳을 찾았다 해도 그곳까지 집에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수시로 발생하는 지연들 때문에 만약 시간에 맞춰 못 가서 박사님이 제 때 출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오… 그게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그래서 일단 일주일은 그냥 그대로 다녀보고 싶다고 했다, 다음주에는 어떻게 할지 얘기해주기로 하고. 흠, 얼른 차를 사야 할 것 같기는 한데. 이 박사가 재택 근무를 할 때는 내가 차를 가지고 다니면 되니까 출퇴근 시간과 교통비 측면에서 사정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런데 차 값도 만만치 않긴 해서 감가상각을 따져봐야 하긴 하겠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겠다 싶다)
        금요일마다 사내 식당에서는 피시 앤 칩스 (Fish & chips) 가 고정으로 나온다고 한다. 안 먹어볼 이유가 없다. 내 인생 첫 피시 앤 칩스, 단 돈 4.55 £. 갓 튀겨나온 걸 먹어서 그런지 맛있었어. 그런데 다음에는 다른 소스를 시도해볼래 (사진상의 Mushy peas 는 살짝 단맛 없는 팥죽 느낌?). 팀원들은 보통 같이 점심을 먹는다. 이렇게 고정적으로 같은 사람들과 같이 비슷한 시간에 매일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지. 첫날에는 이 박사가 내 도시락을 만들어줬는데 생각보다 사내 식당이 구성이나 가격이 괜찮아서 계속 사먹고 있다. 한 5 ~ 6 £ 정도에 한 끼면 한국 생각해도 괜찮은 수준이 아닌가 싶은데. 직장 밖은… 버거킹만 가도 10 £는 우습게 나오니 뭐. 영국은 문화 자체가 점심 식사에 대한 비중이 크지 않아서인지 점심 시간은 30분으로 규정되어 있고, 나도 빠르게 먹는 편이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순식간에 다 먹는다. 점심을 다 먹고 나면 다 같이 커피 한 잔씩을 한다. 이 때 아무 말이라도 좀 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그래야 언어 문제가 조금이라도 빨리 해결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어디나 새 직장의 첫 주는 정신이 없다. 여기저기 따라다녀야 하고, 교육도 들어야 하고…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는지. 스트레스가 없다면 거짓말이고 몸도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좋다. 첫 주에 대한 감상으로는 성의없어 보일 수 있으나 현재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은 이게 최선인 것 같아 (자세히 생각해보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기피하는 걸 수도).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점점 힘들어지는 게 좀 걱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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